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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사님은 누굴 찍으셨을까?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5-10-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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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딱 1년 전 이맘때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이슈와 계엄 등으로 아주 혼란을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덧 제가 일본에 온 지는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만 (19923월부터) 일본에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모르고 온 것이어서, 가능한 한 많은 일본말과 일본 문화를 배워가려는 마음에 한국 사람과 한국 소식을 멀리하고 살기 시작했고, 그 후에도 거의 같은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들어오는 소식들이 무슨 날벼락 같았습니다. 그 동안 눈 감고 살다가 갑자기 의견을 가질 수도 없는 입장이었죠. 정치에 대해 굉장히 냉담하기까지 한 일본인들과 대조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기괴했습니다. 한가지 현상을 놓고도 정반대의 의견으로 격렬하게 대립하는, 그리고 서로의 말을 믿지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부모간에 연인간에도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서로가 다른 의견과 결론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만이 떠돌았습니다. 심지어 예배를 드리면서 생각했지요. 우리 목사님은 누굴 찍으실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기도하며 여쭈어 볼 수 밖에요. 그러나 분명히 난 어느 한 쪽이 더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바른 생각인가? 하나님 입장에서 그야말로 응답을 주시기를 간구하였습니다. 생각처럼 확실한 답을 금방 주시지 않는구나. 하나님의 음성이 육적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일까? 어린 사무엘은 그랬던 것 같던데... 그러려면 어느 레벨까지 올라가야 하는 걸까?

어느 날, 한 목사님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혹시 하나님을 이용하려는 흑심을 서로 품고 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당성만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저 만들어진 존재임을 까맣게 잊고,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이데올로기에 적용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내 생각에 빠져서 내 손을 들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제 내린 나의 결론이, 어제 들었던 것으로 착각했던 그 음성이 혹시 내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섣불리 결론지을 것이 아니라 점검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내가 알게 모르게 만들어 놓은 우상이며 완고함이 아닐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서로의 교제를 통하여 정치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으로 굳어진 나의 마음을 서로 보여주고 서로 회개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딱딱했던 내 의견을 보여주고 회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님은 어루만져 주실 것으로, 지금은 믿습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너무 딱딱해진 성향들을 갑자기 내놓을 용기가 없었고, 방법을 몰랐고, 그저그저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무장을 하였더라면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을. 그런 각자의 마음들을 헤아려 봅니다.

이제는 할 수 있는 시간이기를 기도합니다. 고개를 들어 더 멀리 살펴보면, 더욱 격렬하게 부딪치고 피흘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범죄와 전쟁, 폭력과 기아,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역사가 있습니다. 시야를 좁히면 우리 각각의 가정에서도 작은 전쟁과 편견과 무지는 이 소중한 매일매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많은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우리는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오늘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시고 주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가득 부어 주시옵소서. 제게 남은 마지막 수단은 바로 이 기도 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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