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TV칼럼] “사람이 먼저다”는 맑스 유물론에서 온 슬로건
양봉식 목사/길과생명연구소 소장
본문
문재인 정권의 슬로건이 ‘사람이 먼저다’이었다. 사람 중심의 사회라는 휴머니즘적인 슬로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친숙하고 설득력 있게 들리는 말도 드물다. 그러나 이 문구가 주사파·맑스주의 전통에서 비롯된 유물론적 인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 이면에 숨겨진 세계관적 함의를 분별해야 한다.
성경은 인간의 존엄을 확고히 인정하면서도, 그 존엄을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정의한다. 본 칼럼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에 깔린 무신론적 전제를 비판하고, 성경적 인간관이 제시하는 대안적 비전을 탐구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은 신을 배제한 채 인간을 역사의 주체로 절대화한다. 마르크스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주장하며, 물질적 삶의 조건이 인간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창세기 1장 26절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선언한다. 인간은 환경의 산물 이전에 창조주의 작품이며, 그 가치의 근거도 하나님께 있다. 따라서 인간이 스스로를 위한 신이 될 때, 결국 피조물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 성경의 경고다.
둘째, 유물론은 인간의 궁극적 문제를 ‘생산수단의 불평등’으로 정의하지만, 성경은 죄와 하나님과의 단절을 인간의 근본적 문제로 진단한다(롬 3:23). 구조적 불의를 지적하는 일만으로는 인간 내면의 타락과 공허를 해결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만이 인간을 근원적으로 회복시킨다(고후 5:17).
셋째, ‘사람이 먼저’라는 사고는 국가 권력을 동원해 사회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인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바벨탑 사건(창 11장)과 사무엘상 8장에서 보듯, 성경은 권력의 우상화를 경계한다. 창조주를 떠난 집단주의적 도모 속에서 인류의 선은 완성될 수 없다.
넷째, 예수께서는 “하나님 사랑”을 최우선에 두신 뒤 “이웃 사랑”을 명령하셨다(마 22:37-39). 하나님 사랑 없이는 참된 이웃 사랑도 가능하지 않다. ‘사람이 먼저다’가 이웃 사랑을 외치면서 하나님을 배제한다면, 결국 동력을 잃은 인본주의에 머무를 뿐이다.
다섯째, 유물론적 휴머니즘은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사회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각 사람에게 회개와 책임을 요구한다(겔 18:20). 초대 교회는 불의한 구조 속에서도 회개와 성령의 능력으로 공동체적 사랑을 실천하며 사회 변혁의 밑거름이 되었다.
여섯째, 성경은 가난한 자를 돌보라 명령하지만(잠 31:8-9), 그 실천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개인과 교회 공동체의 자발적 사랑에서 흘러나와야 한다(고후 9:7). 사도행전 4장의 나눔은 성령의 감동으로 일어난 자발적 행위이지 국가 권력의 강제적 징세가 아니었다.
일곱째, ‘사람이 먼저다’는 인간의 욕구 충족을 최고의 선으로 삼지만, 성경은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명령한다(마 6:33). 하나님 중심 질서를 세울 때 인간은 창조 목적에 따라 가장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욥기의 서사는 인간 행복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비롯됨을 극명히 보여준다.
여덟째, 교회는 이 슬로건을 무조건 조롱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인간 존엄의 열망을 복음적 토대 위에 재해석해야 한다. 하나님 사랑을 근간으로 한 이웃 사랑이야말로 고아원, 병원, 학교를 탄생시킨 역사적 동력이었다.
아홉째, ‘사람이 먼저다’는 인간을 최종 재판관으로 세우며 선악 기준을 가변적 사회 합의에 맡긴다. 그러나 성경은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말한다(잠 9:10). 하나님을 부정한 인간 지혜는 상대주의와 허무주의로 흐르기 쉽다.
덧붙여, 이 수사는 태아·장애인·고령자 등 연약한 존재를 “사람”의 범주 밖으로 밀어내는 모순을 낳기도 한다. 성경은 잉태 전부터 인간을 아신 하나님(렘 1:5)을 증언하며, 연약한 지체를 더욱 귀히 여긴다(고전 12:22-23). 참된 인본주의는 가장 작은 자까지 품는 하나님 사랑에서 비롯될 때 완전해질 수 있다.
또한 복지국가 모델은 재정적 한계와 세대 갈등에 직면한다. 초대 교회처럼 성령 안에서 거듭난 공동체가 자발적 나눔을 통해 지역 사회를 섬길 때, 국가복지의 빈틈이 메워지고 대안적 경제 윤리가 제시될 수 있다.
바라건대 한국 교회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달콤한 표어를 복음의 렌즈로 재해석하여,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순서를 바로 세우고, 세상 속에서 참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기를 소망한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는 인도주의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철학적 뿌리는 하나님을 부정하고 인간을 절대화하는 유물론에 있다. 성경은 인간의 존엄을 확증하면서도 그 근거를 창조주 하나님께 두고, 인간의 진정한 회복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찾는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먼저다’를 넘어 ‘하나님이 먼저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복음적 선언으로 시대를 섬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