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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TV칼럼] 텅 빈 성전에서 들려오는 희망의 속삭임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06-13 07:10

본문

스페인의 오래된 성당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시지만, 텅 빈 의자들 사이로 흐르는 공기는 서늘하기만 합니다. 유럽 교회의 쇠퇴를 알리는 뉴스들을 접할 때면, 마치 그 텅 빈 성당에 홀로 남겨진 듯한 쓸쓸함과 불안감이 밀려오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는 신앙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한국 교회도 저렇게 텅 비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누릅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때로 외로운 싸움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은 교회를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통계는 믿음의 약화를 증명하는 듯 보입니다.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작은 조약돌처럼 무력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C.S. 루이스의 명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선임 악마 스크루테이프는 신참 악마 웜우드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인간을 유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이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사랑과 순종의 의무에서 눈을 돌려 ‘세상과 교회의 미래’ 같은 거대하고 막연한 것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공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악마는 우리가 통계 수치에 절망하고, 세상의 거대한 흐름에 압도되어 무력감에 빠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다릅니다. 최근 안식년을 보내며 여러 교회를 방문했던 한 목회자의 고백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는 교회의 규모나 배경이 아닌, 그 안에서 선포되는 복음과 세워져 가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큰 격려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의 진짜 생명력은 신자 수나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통계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교회의 심장은 예배당의 크기가 아니라, 강단에서 선포되는 살아있는 말씀 속에서 뛰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들어 주님께서 일하시는 현장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세상이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전히 곳곳에서는 말씀이 선포되고 있고, 그 말씀을 통해 한 영혼이 주님께 돌아오는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고린도후서 4:8-9).

텅 빈 성당의 침묵 속에서 절망의 소리를 듣지 마십시오. 대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삶과 당신의 작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세상의 소음보다 크신 하나님의 약속, 그 희망의 속삭임이 오늘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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