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벽 앞에서, 다시 교회의 본질을 묻다 > 사설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HOME  >  오피니언  >  사설

무너진 성벽 앞에서, 다시 교회의 본질을 묻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01 07:10

본문

스페인의 작은 도시 세우타가 5만 이주민의 물결에 속수무책으로 잠기는 모습은, 단순히 한 지역의 비극을 넘어 견고해 보이던 현대 문명의 성벽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동시에 전 세계를 휩쓰는 고립과 외로움의 팬데믹, 그리고 혼란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만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는 이 시대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세상은 지금, 견고한 피난처와 참된 구원자를 찾아 헤매는 거대한 군중과 같다.

이러한 시대적 파열음 속에서 태백성시화운동의 연합과 섬김, 분단의 땅을 찾은 베트남 유학생들의 평화를 향한 기도는 작지만 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교회의 본질 회복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때, 사회는 비로소 소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이 서서히 붕괴하던 4세기,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도덕적 타락, 그리고 전염병으로 신음했다. 기존의 로마적 가치와 질서는 힘을 잃었고, 사람들은 불안과 절망에 빠졌다. 바로 그때, 박해받던 기독교 공동체는 세상과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인종과 계급을 넘어 서로를 형제자매로 돌보았고, 버려진 병자들을 간호했으며, 가난한 이들을 구제했다. 역사가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가 그의 저서 『기독교의 발흥』에서 설파했듯,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자기희생적 사랑과 견고한 공동체는 절망에 빠진 로마인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결국 제국의 심장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바로 이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우타의 무너진 질서 앞에서 교회는 국경을 초월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동시에 사회적 안정을 위한 지혜를 구해야 한다. 외로움에 신음하는 다음 세대에게는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깊이 뿌리내린 영적 가족 공동체를 제공해야 한다. 강력한 인간 군주를 갈망하는 세상의 헛된 우상숭배를 향해서는,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소망이심을 담대히 선포해야 한다.

태백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지역사회를 섬기고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모습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작은 실천에서부터 하나님 나라가 시작됨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 교회는 개교회주의의 성벽을 허물고, 세상의 무너진 성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섬기고, 분열된 곳에 평화를 심으며, 절망의 자리에 소망을 세우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교회에게 묻는 질문에 대한 유일하고도 참된 응답이다.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