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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를 세우는 파수꾼의 사명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7-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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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어질수록 빛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인간 생명의 시작과 끝을 인간의 손으로 재단하려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네덜란드의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 시행 소식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렬한 이정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의료적 결정이 아니라, 생명의 주권이 창조주가 아닌 피조물에게 넘어갔다고 선언하는 문명사적 비극이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 앞에서 유럽복음주의연합(EEA)이 발표한 ‘공적 생활 속 유럽 복음주의자들’이라는 성명은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성명은 복음주의자들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해 온 역사를 상기시키며,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귀한 존재임을 천명한다. 이는 세상의 가치관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진리의 빛을 비추라는 교회의 본질적 소명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초대 교회가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우상 앞에 섰을 때, 그들은 힘이나 정치적 권력으로 맞서지 않았다. 로마인들이 내다 버린 갓난아기들을 거두어 키우고, 역병이 돌 때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며 생명의 존엄성을 몸소 증거했다. 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는 그의 저서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에서, 바로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희생적인 사랑과 생명 존중 사상이 로마 사회를 변화시킨 핵심 동력이었음을 역설했다. 그들은 세상이 죽음의 문화에 취해 있을 때, 묵묵히 생명의 문화를 일구어낸 파수꾼들이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안락사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 앞에서, 그리고 세속화의 거센 파도 앞에서 어떤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단순히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존귀함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미혼모와 그 자녀를 끌어안고, 고통받는 환자들의 곁을 지키며,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가 필요하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은, 세상이 버린 곳에서 생명을 살리고, 어두운 골목에 빛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 교회가 다시 한번 이 땅에 무너져가는 생명의 가치를 세우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하는 생명의 공동체로 굳건히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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