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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순례자, 교회의 길을 묻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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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거리는 인간의 원초적 증오가 남긴 피와 화염으로 얼룩졌고, 스페인 마드리드의 광장은 교황을 향한 백만 군중의 환호와 세속적 가치가 뒤섞인 거대한 종교적 스펙터클로 채워졌다. 한쪽은 노골적인 야만의 폭력으로, 다른 한쪽은 세련된 문화적 우상숭배로 신음하는 오늘의 뉴스는 현대 사회의 영적 실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개의 거울과 같다. 이는 오늘 한국 교회가 서 있는 자리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고대 로마가 야만족의 침략으로 무너져 내리던 혼돈의 시대,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저서 『신국론』(De Civitate Dei)에서 역사를 꿰뚫는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하나님을 경멸하기까지 자기를 사랑하는 '땅의 도시'(Civitas Terrena)와 자기를 경멸하기까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도시'(Civitas Dei) 사이의 투쟁으로 보았다. 벨파스트의 무자비한 폭력과 스페인의 미디어가 조장하는 인간 숭배는 모두 자기 사랑에 기반한 '땅의 도시'가 빚어내는 비극적 풍경이다. 교회는 이 땅의 도시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그 시민권은 하늘에 속한 '하나님의 도시'의 백성이다.

문제는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땅의 도시의 논리에 잠식당할 때 발생한다. 교회가 세속 권력과 결탁하여 문화적 기득권이 되려 할 때, 스페인의 사례처럼 복음의 생명력은 사라지고 화려한 종교적 껍데기만 남게 된다. 반대로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고 우리만의 성벽을 쌓아 올릴 때, 교회는 벨파스트의 비극 앞에서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는 무력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교회의 길은 땅의 도시를 정복하거나, 그로부터 도피하는 데 있지 않다. 교회는 이 땅을 살아가는 순례자로서, 하나님의 도시의 법과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내는 거룩한 공동체로 부름받았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오늘의 뉴스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땅의 도시를 세우는 데 몰두하고 있는가. 우리의 선포는 십자가의 복음인가, 아니면 세속적 성공과 번영의 약속인가. 교회는 다시금 순례자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울되, 세상의 가치에 물들지 않는 거룩한 구별됨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땅의 도시 속에서 하나님의 도시를 살아가는 교회의 유일한 길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베드로전서 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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