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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탑이 아닌, 하나님의 도성을 향하여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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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넘어서는 특이점을 논하고, 월드컵의 함성이 지구촌을 뒤흔들며, 소외된 민족의 신음이 여전히 대륙의 한편에서 새어 나오는 시대다. 세상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분주하지만, 그 방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로마 가톨릭 교황이 ‘장엄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라는 회칙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을 논하는 한편, 세상 가장 작은 나라의 축구 선수들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찬양하며 거대한 도전에 맞서고, 이름 없는 선교 방송은 흩어진 로마 민족에게 그들의 언어로 복음의 씨앗을 심고 있다. 이 세 가지 풍경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교황의 회칙이 담고 있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고뇌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 표제어가 암시하는 ‘인간 중심주의’의 그림자는 개혁신앙의 양심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성경이 증언하는 인간은 스스로 장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기에 존엄한 존재다. 그러나 죄로 인해 그 형상은 심각하게 왜곡되고 파괴되었다. 인류의 역사는 스스로의 힘으로 ‘장엄한 인류’를 재건하려 했던 바벨탑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고대 바벨의 사람들이 흙으로 벽돌을 구워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자 했듯이, 오늘날 인류 역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벽돌로 또 다른 바벨탑을 쌓아 올리며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유토피아의 꿈은 언제나 분열과 혼돈으로 귀결되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진정한 교회의 사명은 세상과 함께 인간의 탑을 더 높이 쌓아 올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탑의 기초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선포하고,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하나님의 도성을 가리키는 데 있다. 발칸 반도의 소외된 로마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는 철학적 담론 이전에, 죄로 인해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복음의 능력이다. 월드컵 무대에 서는 퀴라소 선수들이 의지하는 힘이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이 아니라, 변함없는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찬양인 것처럼, 교회의 힘은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세상을 향해 인간의 위대함이 아닌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인간의 가능성이 아닌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능력을 선포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복잡한 윤리적 문제 앞에서 인간 이성의 탁월함을 내세우기보다, 모든 것을 아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의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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