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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아닌 십자가를 들라: 복음의 순수성을 향한 시대적 요청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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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영적 유대를 확인하고 위기 시대의 리더십을 논하는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울려 퍼졌다. 한국교회가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의 빚을 졌다는 사실과 그 희생에 대한 감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기독교 신앙이 직면한 또 다른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복음이 특정 국가의 이념이나 정치적 힘의 도구로 전락하는 ‘기독교 민족주의’의 망령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기독교는 세속주의에 맞서는 문명 수호의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다. 특정 정치 지도자를 기독교 문명의 수호자로 추대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분노와 증오를 정당화하는 모습은 복음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이는 십자가를 자신들의 창과 방패로 삼으려는 위험한 시도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준엄한 교훈을 남겼다. 1934년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한 ‘독일 기독교인’들이 국가와 민족을 신앙의 최상위에 두려 할 때, 이에 저항하는 고백교회 신학자들은 ‘바르멘 신학선언’을 발표했다. 카를 바르트가 초안을 작성한 이 선언의 제1조는 이렇게 선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듣고, 삶과 죽음 속에서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교회의 선포의 원천으로서 그분 외에 다른 어떤 사건이나 권세, 형상이나 진리도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할 수 없음을 배격한다.” 이들은 국가라는 우상 앞에 교회가 무릎 꿇기를 거부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주인이심을 목숨 걸고 선언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감사해야 할 복음은 특정 국가의 위대함이나 정치적 성취에 담보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순전한 복음이다. 한미 동맹의 영적 유대 역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바로 이 순수한 복음의 빚 위에 서 있을 때에만 그 의미가 있다. 교회가 세상의 힘을 탐하는 순간, 소금은 그 맛을 잃고 땅에 버려져 밟힐 뿐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국가의 깃발이 아닌 오직 십자가 깃발 아래 서야 한다. 세상의 권세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건히 서서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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