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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보이는 성전과 보이지 않는 나라 사이에서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9-29 07:10

본문

교계의 시계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각 교단은 총회를 열어 새 임원을 선출하고, 당면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결의하며, 선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 협력과 연대를 다짐한다. 총회회관 건립, 신학교육 내실화 등 가시적이고 제도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들이 보고서의 지면을 빼곡히 채운다. 이는 교회가 지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조직체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이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분주함 속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이 과연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교회의 본질은 건물이나 조직, 혹은 사회적 영향력에 있지 않다. 오늘의 뉴스 한편에서 들려오는 ‘정치적 이념이 우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서늘한 통찰을 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특정한 정치 체제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교회의 모든 활동은 바로 이 하나님 나라라는 궁극적 목적에 복무할 때에만 그 참된 가치를 지닌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이 두 번째 성전을 지을 때의 일을 기억해야 한다. 솔로몬의 첫 성전의 화려함을 기억하던 노인들은 초라한 새 성전의 기초를 보며 대성통곡했다. 그들의 눈에는 보이는 영광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선지자 학개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다.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가 이 곳에 평강을 주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학개 2:9). 건물의 크기나 외양이 아니라, 그 안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영광과 그곳에서 선포될 평강의 복음이 성전의 본질임을 선언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수많은 총회와 위원회를 통해 제2, 제3의 성전을 짓고 있다. 총회회관을 건립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가시적인 성전 건축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화려하지만 텅 빈 울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진정한 힘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신앙의 깊이에서, 교인의 수가 아니라 거룩함의 정도에서 나온다. 보이는 성전 건축에 매몰되어,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 건설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는 이제 다시금 우리의 모든 사역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좌표,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시선을 고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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