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박국서 통해 '악한 세상' 속 의인의 삶 조명
김형석 기자 기자
작성일 2026-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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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구약학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 박사가 쓴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시들지않는소망, 2024.10)가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 책은 폭력과 부패가 만연했던 고대 근동의 하박국 시대를 오늘날의 현실과 연결하며, 악한 세상 속에서 의인이 어떻게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경적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구약의 경제 윤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다수의 구약 주석서(BST 시리즈, UBC 시리즈)를 저술한 바 있다. 그는 성경 윤리와 선교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은 그의 저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이번에 출간된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는 '시들지않는소망' 출판사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책으로, 하박국 선지자가 직면했던 역사적, 문화적, 신학적 상황을 오늘날 독자들이 처한 현실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이 책은 하박국서의 핵심 메시지인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와 '오직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며 즐거워하겠다'는 결단을 강조한다. 라이트 박사는 만물이 창조된 시점부터 영원까지 이어지는 성경의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바라보도록 독자들을 권면한다.
특히 라이트 박사는 하박국이 주목했던 죄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을 넘어 체제와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하여 분석한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지도층과 그들이 구축한 불의한 경제 체제가 부패와 폭력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하며, 이러한 악의 뿌리가 우상 숭배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일부 독자들은 이러한 분석이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선지자 하박국이 비판했던 대상이 이스라엘의 지도층과 사회 구조였음을 고려할 때, 저자의 해석은 성경 본문에 충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통 신학계에서는 개인의 죄에 대한 균형 잡힌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사람들은 흔히 국가와 사회의 폭력만을 탓하며 자신의 죄는 간과하기 쉽다"며, "개인이 범하는 폭력에 대한 성찰이 더 깊이 다루어졌다면 더욱 풍성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책은 선지자와 하나님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하박국서의 내용을 따라간다. 하박국은 이스라엘의 죄악에도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탄원하고, 하나님은 바벨론 제국을 통한 심판을 예고하신다. 이에 선지자는 더 큰 폭력으로 악에 대응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정의를 부르짖지만, 하나님은 때가 차면 바벨론 또한 심판하시고 온전한 의를 세우실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라이트 박사는 하박국의 결론, 즉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과 행하시는 모든 일의 의로우심을 신뢰하며 오직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고 힘을 얻겠다는 선지자의 고백이 모든 믿는 자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구원과 정의에 대한 약속을 지키실 것이기에 기다릴 것이며, 하나님께서 언제나 나의 구원자가 되시기 때문에 기뻐할 것이고, 하나님께서 내게 힘을 주시는 분이기에 선교에 매진할 것"이라고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
특히 하박국 3장 19절의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라는 구절을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닌 능동적인 '뛰어듦'으로 해석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라이트 박사는 '높은 곳'을 우상 숭배하던 산당으로 보고, 하박국이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을 힘입어 말씀을 선포하며 우상 숭배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는 위태로운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을 붙들고 맡겨진 사명에 능동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을 찾는 사람, 믿음으로 사는 사람, 하나님께 항의하는 기도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 성경 전체의 큰 그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하나님을 위한 사명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을 권면한다. 특히 극단적인 폭력의 양상이 드러나는 현 시대에,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며, 나라와 사회의 운명을 인간의 힘으로만 좌우하려는 자들과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자들의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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