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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 신앙 성장의 통로로 재해석한 『그리스도인의 감정수업』 출간

김형석 기자 기자
작성일 2026-09-07 09:00

본문

도서 표지

엘리스 쿡과 킴벌리 밀러가 공저하고 김총명 씨가 번역한 『그리스도인의 감정수업』(야다북스, 2024년 11월 15일 출간)이 출간되어 기독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감정을 단순히 억제하거나 신앙 성장의 방해물로 여기던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불편한 감정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임재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들은 두려움, 분노, 슬픔, 불안, 시기심, 욕망, 죄책감, 수치심 등 많은 이들이 회피하려 하는 감정들을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 감정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탐구한다. 이는 기독교 영성이 감정 문제를 경시하거나 '기도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도식적인 접근으로 흘러가기 쉬운 현실 속에서, 감정 자체를 하나님의 계시적 통로로 이해하려는 성숙한 접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이 책은 정서심리학의 관점에서 감정을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적응하며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 체계이자, 인간의 욕구, 가치, 두려움, 상처, 기대가 복합적으로 얽힌 신호이자 내면의 언어로 정의한다. 이러한 심리학적 정의를 신학적으로 확장하여, 감정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내적 안내자이며 하나님이 내면 깊은 곳에서 작업하시는 흔적이라고 제시한다. 이는 감정을 죄성의 부산물이나 신앙적 성숙의 장애물로 보던 기존의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는 관점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들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오히려 영적 성장을 저해하며, 감정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적절히 다루는 과정이 하나님과의 친밀함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임을 강조한다. 특히 '집중, 친밀, 초대, 내려놓기, 통합하기'로 제시되는 내면 돌봄의 다섯 단계는 영성과 정서치유가 통합되는 심리·신학적 모델로서 주목할 만하다.

이 모델에서 '집중'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단계로, 현대 심리학의 마음챙김 기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친밀'은 감정과 거리를 두지 않고 그 감정의 '정확한 목소리'를 듣는 과정으로, 정서적 접촉과 내면 탐색에 해당한다. '초대'는 감정의 자리에 하나님을 초청하는 영적 행위로, 시편 기자들이 고통과 절망의 감정을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내어놓는 영적 전통과 맞닿아 있다. '내려놓기'는 하나님께 맡긴다는 신앙적 의미를 지니며, 스스로 해결하려는 통제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적 변화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통합하기'는 감정을 통해 발견한 새로운 의미와 통찰을 삶 전반에 적용하는 단계로, 감정을 영적 성숙의 자원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분노, 두려움, 불안, 시기심, 욕망, 죄책감, 수치심 등 다양한 감정을 신앙적 언어로 정교하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분노는 지켜져야 할 가치가 위협받을 때 발생하는 정당한 신호이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정의를 향한 열망의 표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두려움과 불안 역시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상실 가능성, 불확실성, 통제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신뢰가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시기심과 욕망은 인간의 '깊은 갈망'을 드러내는 신호로, 죄책감과 수치심은 건강한 죄책감과 해로운 수치심을 구분하며 하나님 안에서의 진정한 회복과 용서의 경험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감정과 영성의 통합을 개인의 내적 경험에만 국한하지 않고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저자들은 감정이 예배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나누어지고 인정될 때 비로소 성숙한 영적 삶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는 현대 심리학이 강조하는 관계 중심적 정서 모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신앙 공동체가 감정 표현의 억압을 강요하지 않고 안전한 수용과 공감의 공간을 마련할 때, 성도들은 하나님 앞에서뿐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도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총체적으로 『그리스도인의 감정수업』은 감정을 억압하거나 단순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온 전통적 신앙 환경에서 벗어나, 감정을 신앙 성장의 중요한 통로로 이해하도록 돕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심리학적 통찰과 신학적 성찰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감정을 정교하게 다루되 영적 깊이를 잃지 않는 이 책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성숙과 정서적 건강을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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