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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의 '경자유전' 원칙 복원 시도, 농지 전수조사의 의미와 과제

김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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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월 18일부터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가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78년 만에 현실에 복원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농지 투기, 부재지주 소유, 불법 전용 실태를 데이터로 검증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을 통해 농지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국민의 먹거리와 식량 안보를 지키는 헌법적 선언임을 강조한다. 농지는 국민 먹거리 생산의 기반이자 농촌 공동체의 터전이며, 국가 식량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인식된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 농지를 농민에게 분배하고 자작농 체제를 세운 것 역시 이러한 정신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가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농정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농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유재산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삶과 연결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농지 정책의 핵심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농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농지를 연결하고 보전해야 할 농지는 확실히 지키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헌법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8년이 흐르는 동안 농지 이용 실태는 헌법 정신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4년 임차 농지 비율은 47.0%에 달했으며, 농지 면적은 150.4만ha로 줄어든 상황에서 식량 자급률도 47.9%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부재지주의 농지 소유, 불투명한 임대차,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 휴경 및 불법 전용이 누적되면서 경자유전 원칙은 오랫동안 현실과 괴리되어 왔다는 평가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한국 농지의 PER(Price to Earnings Ratio)은 프랑스나 EU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경기도의 경우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영농 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농지 가격으로 이어져 청년농과 귀농·귀촌인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한 행정 점검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제헌헌법 이후 선언으로만 남았던 경자유전 원칙을 현실의 제도와 데이터로 복원하려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2년간 농지의 소유, 이용, 경작 실태를 점검하며, 올해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 조사와 심층 조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농지대장, 공익직불금 정보, 농업경영체 DB, 농자재 구매 이력 등을 교차 검증하고 위성·드론·AI를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농지까지 조사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서류 중심 관리와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의의는 농지 정책의 출발점을 '형식적 확인'에서 '실질적 검증'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조사가 일시적인 조사에 머물지 않고 미래 농지 관리 체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첫째, 조사 결과를 상시 갱신되는 필지 단위 농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 임대차, 휴경, 전용, 경작자 변동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 농지은행 위탁, 청년농 임대 지원, 농업진흥지역 관리 및 농지 전용 심사가 정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농지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평가해야 한다. 생산성, 집단화 정도, 용수 접근성, 기후 재해 취약성, 탄소 저장 및 생태 서비스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보전 가치가 높은 우량 농지는 국가 필수 농지로 엄격히 보호하고, 이용 효율이 낮거나 방치된 농지는 농지은행 및 지역 계획과 연계하여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셋째, 엄정한 조사와 함께 선의의 농업인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투기적 소유와 불법 이용은 분명히 바로잡되,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과 고령 농이 조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자유전 원칙의 복원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농지를 농업인과 국민 모두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서 소수의 투기 수단이 아닌 국민 먹거리와 지역 균형 성장을 위한 공동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가 데이터에 기반한 유능한 정부, 국가가 책임지는 농정,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 안보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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