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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공립 박물관으로 선정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순교의 역사와 예술로 시대를 조명하다

김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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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5월,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에서 '우수 박물관'으로 선정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박물관은 체계적인 운영과 시설 관리, 연구, 교육, 관람객 만족도 등 다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설립 목적 달성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벽이 인상적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건축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상 구조를 최소화하고 지하 공간을 활용하여 '땅속에 기억을 새긴다'는 철학을 구현했으며, 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희생을 기억하려는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맞닿아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순교자의 칼'과 '수난자'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순교자의 칼'은 조선 시대 죄인들이 썼던 칼을 형상화하여 의로운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고통 속에서도 솟아나는 기개를 상징한다. '수난자' 조각상은 식민 시대를 거쳐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어온 우리 민족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며, 타인에 대한 존중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박물관 내부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관람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예배를 보러 온 신자들, 유물을 감상하는 이들,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박물관은 다채로운 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성 정하상 바오로 기념경당에서는 나직한 성가 소리가 울려 퍼지며 평온함을 더했다.

콘솔레이션 홀은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모티브로 다섯 순교 성인의 유해를 모신 공간으로, 이곳에서 잠시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어지는 하늘광장에서는 푸른 하늘 아래 '영웅' 조각과 '서 있는 사람들' 조각이 시선을 끈다. '영웅' 조각은 타인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의 주인임을, '서 있는 사람들' 조각은 종교적 박해 속에서 순교한 44명의 사람들을 형상화하여,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평화로운 공존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상설 전시관은 서소문 밖 네거리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조선 시대 사상사와 천주교, 서학, 동학 등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다양한 사상과 신념이 존재하기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사랑과 연대로 이를 포용하고 서로의 자유를 보장할 때 평화로운 질서가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타인의 다른 생각이 우리를 두렵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 쓴 '경천'이라는 글귀는 박물관 곳곳에 새겨진 타인에 대한 존중과 평화의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귀한 장소이다. 박물관과 이어진 서소문역사공원에서의 산책은 이러한 성찰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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