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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마음의 위기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김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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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
인생의 여정 속에서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는 찾아온다. 필자 역시 진로 전환을 준비하던 시기에 깊은 내적 갈등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뚜렷한 방향은 보이지 않는데 해야 할 일은 산적했고, 자신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때, 오랜 시간 연락이 뜸했던 중학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만남을 약속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술자리는 깊어질수록 친구의 감정은 격해졌고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이 이어졌다. 결국 친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도로 뛰어드는 위험한 행동까지 보였다. 이 순간, '우울'이나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현실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월부터 5월까지는 '자살 고위험시기'로 분류된다.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넘어, 일조량 변화, 미세먼지 증가, 기온 변화 등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새 학기 시작, 졸업과 진로 고민, 취업 준비, 새로운 환경 적응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겉으로는 따뜻하고 활동적인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가장 힘겨운 시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변화가 많은 시기일수록 비교와 불안이 커지기 쉽고, 이는 우울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 신호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사량의 급격한 변화, 수면 패턴의 붕괴, 이유 없는 무기력감 등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치부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죽음과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몰입, "힘들다", "사라지고 싶다"와 같은 표현의 빈번한 사용, 주변 정리나 물건을 나누는 행동 등은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위험 신호다. 이는 관심을 끌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이미 깊은 고통 속에 있음을 나타내는 절박한 외침일 수 있다.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힘든 상황에 놓여도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한다. 필자의 친구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연락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미 알코올 의존과 우울 증상이 심화되어 주변과의 관계가 거의 단절된 상태였던 것이다. 필자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힘들어졌을까'보다 '왜 아무도 몰랐을까'라는 안타까움을 먼저 느꼈다. 오랜 시간 함께 했기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뒤늦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접근하기 쉬운 도움의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시군구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으며, 전화가 부담스럽다면 문자나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익명성이 보장되어 심리적 부담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 보건복지상담센터(129), 청소년 상담(1388) 등 각 상황에 맞는 다양한 지원 시스템이 존재한다. 우울감은 종종 경제적 어려움과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서민금융콜센터(1397)나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 대한법률구조공단(132),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 등을 통해 생활·법률·고용 관련 상담도 함께 받을 수 있다.

그날 이후, 필자는 주변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을 한 번 더 살피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순간들도 이제는 허투루 넘기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누군가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할 수 있다. "요즘 괜찮아?"라는 따뜻한 한마디, 이유 없이 함께 있어 주는 시간, 가벼운 연락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 이러한 작은 관심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그 신호를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일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한 영혼을 살리는 귀한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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