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죄가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신호”…박효숙 목사 ‘안전한 분노’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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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나 폭발하는 두 극단 넘어 자신과 관계 함께 지키는 길 찾아야”
“하나님 앞에 억울함·상처 정직하게 내놓을 때 치유와 회복 시작”
SAFE 원리 통해 분노를 ‘반응’에서 ‘선택’으로…가정·교회·사회 적용 제안 ![]()
“분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죄라기보다 그 분노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느냐가 신앙적 경계다.”
상담가이자 목회자인 박효숙 목사가 신간 ‘안전한 분노’(쿰란출판사)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인식해 온 분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박 목사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독자들과 만나 분노를 무조건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는 두 극단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바라보고, 자신과 상대를 함께 지키는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안전한 분노’는 단순한 분노조절법이 아니다. 분노 아래 감춰진 억울함과 수치심, 두려움, 상처 등을 발견하고 이를 건강한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자신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박 목사는 “분노는 때로 내 안의 상처와 부당함, 경계의 무너짐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분노를 느끼는 것과 분노로 죄를 짓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안전한 분노’는 박 목사가 20여 년간 상담과 목회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신학, 상담학, 가족치료, 신경과학 연구 등을 토대로 집필됐다. 분노를 제거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상처와 두려움, 수치심과 관계 회복에 대한 갈망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박 목사에게 이 책은 자신의 삶에서 시작됐다. 결혼과 자녀 양육, 시어머니를 모시며 겪었던 어려움 가운데 하나님 앞에서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 했지만, 자신의 억울함과 힘겨움을 정직하게 고백하기 시작하면서 회복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제가 먼저 살아야 했다”며 “제가 살아나는 만큼 관계도 달라지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효숙 목사와의 일문일답.
-20여 년 동안 ‘분노’라는 주제를 연구해 왔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사명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먼저 내가 살아야 했다. 분노를 다루지 않으면 신앙도 관계도 나 자신도 온전히 설 수 없을 것 같았다.
공부하고 연구하며 상담과 목회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이 단순히 화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분노 뒤에는 오래된 상처와 억울함, 두려움,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 역시 분노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살아났다. 그래서 ‘분노를 없애는 법’이 아니라 ‘분노를 안전하게 다루는 길’을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오랜 연구와 상담, 목회와 기도의 시간이 쌓여 『안전한 분노』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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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분노’는 일반적인 분노조절과 무엇이 다른가.
“흔히 분노조절이라고 하면 화를 참거나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줄이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한 분노는 분노를 없애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먼저 ‘내가 지금 화가 나 있구나’라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운함인지, 억울함인지, 무시당한 느낌인지, 두려움이나 상처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참는 분노는 마음속에 계속 쌓이고, 폭발하는 분노는 상대를 공격해 관계에 상처를 남긴다. 안전한 분노는 이 두 극단을 넘어선다.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이 성숙이 아니라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성숙이다.”
-신앙적인 관점에서 분노는 죄인가.
“분노라는 감정 자체를 곧바로 죄라고 보지는 않는다. 분노는 내 안의 상처와 부당함, 경계의 무너짐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노가 신호라고 해서 분노로 행하는 모든 행동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분노를 이유로 상대를 모욕하거나 폭력을 사용하고 보복하거나 관계를 파괴한다면 책임 있게 다룬 것이 아니다.
분노를 느끼는 것과 분노로 죄를 짓는 것은 다르다. ‘나는 왜 화가 났는가’, ‘무엇이 상처받았는가’, ‘어떤 경계가 무너졌는가’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펴야 한다.
신앙은 감정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감정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은혜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저는 지금 화가 납니다. 많이 억울하고 상처받았습니다’라고 솔직하게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를 억누르는 것과 폭발시키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억압된 분노는 나를 안으로 무너뜨리고, 폭발하는 분노는 관계를 밖으로 무너뜨린다.
분노를 계속 억누르면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우울감이나 무기력, 자기비난, 짜증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폭발시키면 언어적 공격과 비난, 모욕 등을 통해 상대에게 상처와 두려움을 남긴다.
두 경우 모두 필요한 것은 같다. 분노를 참거나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아래 있는 상처와 욕구를 이해하고 상대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책임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가정이나 교회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가정에서는 부부가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당신은 늘 나를 무시해요’라고 공격하기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많이 서운했고 존중받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어요’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도 분노를 무조건 죄책감 속에 억누르게 하기보다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표현하도록 도와야 한다. 갈등을 단순히 믿음의 부족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처와 관계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전한 분노’는 갈등이 없는 공동체를 만드는 책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를 해치지 않고 마음을 말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실천 방법은.
“화가 올라오는 순간 곧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깐 멈추는 것이다. 분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이 분노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가’를 물어보면 좋다. 분노 아래에는 서운함이나 억울함, 거절당한 느낌, 두려움, 외로움,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이 짧은 멈춤이 자동적인 반응을 책임 있는 선택으로 바꾼다. ‘지금은 잠깐 멈추자.’ 그 한 번의 멈춤이 안전한 분노의 시작이다.”
책은 이를 ‘SAFE’ 원리로 구체화한다. 멈추기(Stop), 알아차리기(Awareness),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기(Feel), 건강하게 표현하기(Expression)의 과정을 통해 분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확인하고 표현하도록 돕는다.
-책 출간 이후 계획은.
“책이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연습하고 관계 속에서 살아내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소그룹 독서모임과 워크숍, 부부와 가족 프로그램, 목회자와 사모, 교회 지도자와 상담 사역자를 위한 세미나 등으로 확장하고 싶다.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화가 날 때 자신과 상대를 함께 지키며 분노를 치유와 성숙의 언어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안전한 분노』의 출간은 사역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박 목사는 분노를 개인의 감정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가정과 교회를 넘어 직장과 학교, 사회와 정치 영역에서도 상대를 이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분노를 참으면 나와의 관계가 깨지고 폭발하면 남과의 관계가 깨진다”며 억압과 폭발 사이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숙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가족치료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신학교에서 목회상담 전공으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데이브레이크대학교에서 결혼과 가족치료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같은 대학 상담학 박사과정에서 분노와 수치심, 애착, 관계 회복 등을 연구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로 미주감리교 기관인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분노치료연구소장을 맡아 목회자와 사모 등을 위한 상담과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박 목사는 “한 사람의 안전한 분노가 한 가정을 살리고, 한 가정의 회복이 교회와 공동체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분노를 감추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바라보고 치유와 사랑의 언어로 변화시키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