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돕겠다’는 목사의 약속… ‘웨슬리 소프트’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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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봉 평온중앙교회 목사
교적·재정·통계표 하나로 연결
미자립교회 무료 제공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일이 또 있지 않을까.’ 그 순간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감리교회에 꼭 맞는 목회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경북 상주 평온중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삼남연회)를 담임하는 최상봉 목사는 교회 행정 프로그램 ‘웨슬리 소프트’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웨슬리 소프트는 교적과 재정, 교회통계표, 기부금영수증, 심방 등 목회 현장에서 필요한 행정 업무를 하나로 연결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감리회가 사용하는 75종의 행정서식을 분석해 실제 교단 행정과 연동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최 목사가 목회 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불편이었다. 그는 중소도시 대형교회에서 9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하며 교회 행정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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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좋은 교회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 보면 늘 한 걸음이 비어 있었습니다. 회계 프로그램에 자료를 입력해도 감리교 교회통계표에 맞춰 다시 계산해야 했고, 교인 관리 자료도 교단 양식으로 다시 옮겨야 했습니다.”
감리교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속회’와 ‘교구’, ‘원입인’, ‘세례교인’, ‘입교인’ 등의 개념도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최 목사는 “목회자가 프로그램에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목회 현장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감리교 목회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와 행정 체계를 그대로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개발은 예상하지 못했던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 시작됐다. 셋째 자녀가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최 목사는 기존 부목사 직무를 계속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지금의 교회로 옮겨 자녀 치료에 집중했고 평일에는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토바이 배달에도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 중 오래전 마음에 품었던 교회 프로그램 개발 계획이 다시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걱정이 됐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안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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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삼남연회 동문 목회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녀의 투병과 가정 형편을 전해 들은 동료 목회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최 목사는 이를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어진 도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보내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필요한 순간에 동역자들을 보내주셨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더욱 개발에 매진했다”고 회고했다.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 3~4시간만 자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했고 두 달가량 지나면서 목디스크가 찾아와 입원까지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목보호대를 하고 노트북으로 계속 작업했습니다.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습니다. 감리교회를 위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니 ‘웨슬리 소프트’라고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자녀의 투병과 생활고, 배달과 목회를 병행했던 시간을 단순한 고난으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명을 놓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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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가 꼽는 웨슬리 소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성’이다. 우선 감리회 교회통계표와 재정 자료가 직접 연동된다. 헌금이나 재정 내역을 입력하면 통계표의 해당 항목에도 반영되도록 설계했다.
“일반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연말에 다시 장부를 더해서 교회통계표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웨슬리 소프트는 처음부터 감리회 계정과목과 서식에 맞췄습니다.”
교적과 재정도 따로 떨어뜨리지 않았다. 교인의 헌금 기록이 교적과 연결되고 이 자료가 연말 기부금영수증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개인정보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기본 교적에는 주민등록번호 입력란을 두지 않았다. 생년월일 등을 통해 교인을 구분하고 기부금영수증 발급 등 법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일정 기간 뒤 폐기하도록 설계했다.
최 목사는 “교회가 교인을 특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짊어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정 결재 역시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출결의서를 프로그램에서 작성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올린 뒤 담당자와 부서장, 재무부장, 담임목사 등이 단계별로 확인·결재할 수 있다.
“담당자를 만나지 못해서 결재가 한 주씩 늦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으면 휴대전화로 바로 결재하고, 떨어져 있으면 문자로 링크를 보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부금영수증 신청도 문자 링크나 주보 QR코드를 통해 받을 수 있다. 목회자에게 직접 필요한 심방 기능도 별도로 개발했다. ‘웨슬리 심방플러스’는 심방 상황에 따른 설교 초안을 제공하고 심방 일정과 가정별·개인별 자료를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 목사는 프로그램의 목적이 목회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과 준비 과정의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만나고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반복적인 행정 때문에 정작 목회에 사용할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웨슬리 소프트는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개발됐지만 교적과 재정 관리 등 상당수 기능은 다른 교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현재 들어 있는 교단 행정서식은 감리회에 특화돼 있습니다. 다른 교단에서 교인 관리와 재정 기능은 사용할 수 있지만 교단 보고 서식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향후 다른 교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각 교단의 행정 체계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목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작은 교회다. 감리교단 기준 미자립교회에는 웨슬리 소프트의 주요 기능을 기간 제한 없이 무료로 제공한다. 체험판 형태가 아니라 실제 교인 관리와 재정, 요람, 문자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교회의 경우 교인 수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며 100명까지는 월 89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심방플러스는 별도의 선택 서비스다.
“큰 교회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교회는 목사님 한 분이 설교하고 심방하고 장부를 쓰고 행정까지 모두 감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자립교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스스로 세운 원칙도 있다. 첫 번째는 ‘교회의 자료는 교회의 것’이라는 원칙이다. 교회가 필요할 때 자료를 내려받아 자체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개인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수집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교회의 부담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 것이다. 문자 발송 기능에서도 별도 마진을 붙이지 않고 교회가 문자서비스 업체와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원칙에서 나왔다.
최 목사는 자신을 개발자보다 목사라고 소개했다.
“저는 여전히 목사입니다. 주일이면 강단에 서서 말씀을 선포하고 기도합니다. 웨슬리 소프트도 결국 목회를 돕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그는 전문 개발자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목회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것이 프로그램 개발의 출발점이었다고 했다.
“제가 뛰어난 개발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리교 안에서 목회해 온 사람입니다. 목사님들이 어느 칸에서 손을 멈추는지, 어느 자리에서 한숨을 쉬는지 알고 있습니다.”
최 목사는 웨슬리 소프트가 완성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목회자들과 함께 계속 보완해 가야 할 도구라고 강조했다.
“사용하면서 ‘여기가 불편하다’, ‘이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 계속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목회 현장의 빈칸을 하나씩 메워가는 일입니다.”
배달 오토바이 위에서 시작된 작은 생각은 교적과 재정, 심방과 교단 행정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최 목사는 그 출발점과 도착점 모두 ‘목회’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행정에 쓰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목회자가 성도를 한 번 더 만나고, 말씀과 기도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