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언론협회 공개질의에 종자연 회신…법리 설명했지만 검증 자료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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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자유정책연구원(대표 백찬홍·이하 종자연)이 한국기독언론협회(회장 노곤채)가 발송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공개질의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주장해 온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실제로 모든 종교와 정치세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기준인지, 아니면 특정 종교나 특정 정치세력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적용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협회는 종자연에 15개 항목의 공개질의를 보내며 국가조찬기도회, 차별금지법, 범종교개혁시민연대, 종교별 활동 현황, 종교행사에 대한 판단 기준, 종교계 정치참여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요청했다. 협회는 당시 질의서에서 “종자연의 활동을 비난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종교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공적 검증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종자연은 지난 26일 답변서를 통해 “질의서의 상당수 질문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오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개별 문항별 답변보다 헌법적 원칙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종자연은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 위에 세워진 질문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질의 전반이 네 가지 핵심 쟁점으로 수렴된다고 설명했다. 그 네 가지는 정교분리 원칙, 평등권, 표현·결사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와 차별금지법의 관계였다.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에 대한 명령”
이번 답변서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해석이었다. 종자연은 헌법 제20조 제2항의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규정의 직접적인 수범자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국가라고 밝혔다. 즉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종자연은 이에 따라 교회나 종교단체가 사회 현안에 의견을 밝히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것 자체를 정교분리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회자의 설교, 교회의 성명 발표, 후보자에 대한 정책질의 등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종자연은 종교단체가 공권력과 결합하거나 특정 정치세력과 밀접하게 연계돼 국가 권력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정교유착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자연은 자신들의 활동이 종교적 표현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종교적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시민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조찬기도회 논란에 대한 입장
답변서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 가운데 하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입장이었다. 종자연은 공직자가 개인 자격으로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장관 등 국가기관의 고위 공직자가 국가 예산과 의전 체계를 활용해 특정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자연은 국가기관이 특정 종교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승인하거나 후원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상 종교중립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자연은 이 같은 기준이 개신교 행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 봉축법요식이나 천주교 행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기독언론협회는 이번 답변이 원칙론적 설명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공개질의서에서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대통령의 불교 봉축법요식 참석, 장관의 천주교 행사 참석, 지방자치단체장의 종교행사 축사 등에 대해 각각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구체적인 비교 기준표를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세부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든 종교에 동일 기준 적용” 주장
종자연은 자신들이 보수 개신교만을 대상으로 비판 활동을 벌여왔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답변서에서 종자연은 불교 템플스테이 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문제를 비판한 사례,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 천주교 관련 공공사업에 대한 비판 활동 등을 소개하며 특정 종교만을 대상으로 활동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는 공개질의서에서 최근 5년간 종자연이 발표한 성명서, 논평, 기자회견, 보고서, 캠페인 활동 등을 종교별로 분류한 자료를 요청했다. 일부 사례만으로는 실제 활동의 균형성과 동일 기준 적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종자연은 답변 과정에서 보수 개신교 관련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현실 정치 개입의 빈도와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해당 판단이 객관적인 통계와 비교자료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종자연의 자체 평가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 논쟁
차별금지법 문제 역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종자연은 차별금지법이 종교적 신념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 및 용역 제공 등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이며 종교적 신념의 표명 자체는 보호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종자연은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것과 공적 영역에서 차별을 실행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종교의 자유 역시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한계 안에서 행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보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설교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언급하는 행위, 신학교에서 성경적 결혼관을 가르치는 행위, 교단 헌법에 따라 목회자 자격을 제한하는 문제, 기독교학교에서 성경적 성윤리를 교육하는 문제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어떤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협회는 종자연의 답변이 차별금지법의 일반 원칙을 설명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우려하는 구체적 사례에 대한 답변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학교와 기독교학교, 교단 헌법 등 종교공동체 내부 질서와 공적 영역의 경계에 있는 문제들은 앞으로도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종교개혁시민연대 운영 구조도 관심
범종교개혁시민연대와 관련된 질의도 주목을 받았다. 종자연은 범종교개혁시민연대가 여러 종교의 평신도와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연대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범종교’라는 명칭은 여러 종교 구성원이 참여한다는 의미일 뿐 각 종단의 공식 입장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협회는 범종교개혁시민연대가 특정 종단의 공식 대표기구가 아니라는 점은 이번 답변을 통해 일정 부분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반 시민들이 ‘범종교’라는 표현을 접할 경우 각 종단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협회는 범종교개혁시민연대의 의제 선정 과정, 사무국 운영 구조, 재정 분리 여부, 참여단체의 의결권 구조 등에 대한 질문도 제기했으나 이번 답변에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입장 확인은 됐지만 자료 검증은 남았다”
운영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종자연은 민간단체인 만큼 후원자 명단이나 내부 회의록 등을 외부에 공개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사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협회는 이번 공개질의의 목적이 법적 강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로서 어느 수준까지 설명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답변서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떤 헌법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종교별 활동 현황, 동일 판단 기준표, 범종교개혁시민연대 운영 구조, 차별금지법의 구체적 적용 범위 등 협회가 요구한 검증 가능한 자료들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협회는 답변서 분석을 마친 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항목을 중심으로 추가 질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협회는 종자연이 밝힌 “모든 종교에 동일한 기준 적용”이라는 원칙이 실제 활동 기록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지 계속 점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